독일 베를린의 Beginenhof는 중세 유럽의 베기넨(Beguine)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적 여성 노후 공동체다. 독립적인 생활과 공동체 활동을 조화롭게 결합하며, 주거 안정과 사회적 유대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Beginenhof의 설립 배경, 운영 방식, 생활 모습, 그리고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을 심층 분석한다.
Beginenhof의 탄생 배경
Beginenhof라는 이름은 12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베기넨’ 운동에서 유래했다. 당시 베기넨은 결혼하지 않거나 과부가 된 여성들이 함께 모여 살며 공동 노동과 신앙 활동을 했던 공동체였다. 2000년대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여성 주거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회 활동가와 건축가들이 이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 결과 2006년, 여성 전용 주거 단지 Beginenhof가 베를린 중심지 근처에 완공되었다.
입주 조건과 주거 구조
입주 조건은 50세 이상 여성이며,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일부 세대는 저소득층 여성을 위해 임대료를 낮춘 사회주택 형태로 제공된다. 총 53세대 규모이며, 각 세대는 약 45~80㎡ 크기의 아파트형 구조를 갖췄다. 모든 세대는 개인 주방과 욕실을 보유하며, 공용 공간으로는 대형 라운지, 공동 부엌, 정원, 자전거 보관소, 다목적실이 있다. 월 임대료는 평균 720유로(약 105만 원) 수준으로, 베를린 시 평균보다 저렴하다.
운영 방식
Beginenhof는 비영리 재단이 소유하고, 입주자 협의회가 운영에 참여한다. 매월 전체 회의에서 예산과 프로그램을 논의하며, 재단은 건물 유지보수와 장기 계획을 담당한다. 입주자는 자원봉사 형태로 청소, 정원 관리, 공동 식사 준비 등에 참여한다. 이 공동체의 특징은 ‘정치적·사회적 활동’과 연계된다는 점이다. 여성 인권, 환경 보호, 사회적 연대 활동에 관심 있는 입주자들이 외부 단체와 협력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공동체 활동
Beginenhof의 활동은 문화와 사회적 가치 중심이다. 월 1회 영화 상영과 토론회, 계절별 플리마켓, 요리 교류회, 미술 전시회가 열리며, 외부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여성 인권 단체와 협력해 폭력 피해 여성 지원 캠페인, 난민 여성 언어 교육 등을 진행한다. 이런 활동은 공동체 내부 결속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한다.
재정 구조와 지원 제도
Beginenhof의 초기 건설비는 비영리 재단, 베를린 시 정부, 유럽연합 사회기금(ESF) 지원금이 결합되어 마련되었다.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사회주택 세대는 정부 보조금 덕분에 월세가 평균 450유로(약 65만 원) 이하로 유지된다. 재단은 장기적인 유지보수를 위해 공동체 경제 활동 수익과 기부금을 활용한다.
입주자의 경험
입주자들은 ‘여성 전용 공간에서 오는 안전감’과 ‘사회적 의미 있는 활동 참여’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한 입주자는 “여기서는 나이, 경제적 배경,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서로를 동등하게 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자는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사회 참여 기회를 강조했다.
한국이 배워야 할 점
첫째, 역사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의 가능성이다. Beginenhof는 베기넨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여성의 생활 방식에 맞게 설계되었다. 둘째,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구조가 중요하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다양한 여성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정부 보조와 사회주택이 결합되어야 한다. 셋째, 공동체가 사회 변화를 이끄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 인권, 환경, 지역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공동체는 그 자체로 지속 가능한 사회 모델이 된다.
나오는 글
Beginenhof는 역사와 현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독특한 여성 노후 공동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 사회적 가치와 연계된 활동, 그리고 다양한 계층의 포용성은 한국이 벤치마킹할 만한 요소다. 다음 글에서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Systerskap 공동체를 살펴보며, 북유럽 복지 모델이 여성 노후 공동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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