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오르후스의 Eldest Daughters’ Cohousing, 가족 문화에서 탄생한 여성 노후 공동체
덴마크 오르후스에 위치한 Eldest Daughters’ Cohousing은 가족 문화와 여성의 자립성을 결합한 독특한 노후 공동체다. 50세 이상 여성이 중심이 되며, 특히 가족 내 장녀로서 평생 가족을 돌본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모여 만든 공간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이 글에서는 Eldest Daughters’ Cohousing의 설립 배경, 운영 방식, 생활 모습, 그리고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Eldest Daughters’ Cohousing의 탄생 배경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시니어 코하우징 문화가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Eldest Daughters’ Cohousing은 조금 특별한 출발을 가졌다. 장녀로 태어나 부모와 형제자매, 심지어 조부모까지 돌보며 평생 ‘가족 책임’을 떠맡아 온 여성들이 은퇴 후 자기 자신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2010년대 초, 오르후스에서 15명의 여성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덴마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부지와 건설 자금을 확보했다.
입주 조건과 주거 구조
이 공동체는 50세 이상 여성이며,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혼자 살지만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 사람만 입주가 가능하다. 총 20세대 규모로, 각 세대는 약 55~75㎡ 크기의 독립형 아파트다. 모든 세대는 개인 주방과 욕실을 갖추고 있으며, 1층에는 대형 공용 주방과 식당, 라운지, 세미나실, 공동 세탁실, 정원 창고 등이 있다. 월 임대료는 평균 6,500덴마크 크로네(약 126만 원)이며, 에너지 효율 건축 덕분에 관리비가 낮다.
운영 방식
운영은 입주자 협동조합이 맡는다. 전체 회의는 매월 1회 열리며, 회의에서 예산 사용, 시설 유지보수, 공동 프로그램이 결정된다. 장녀로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요리, 정원 관리, 회계, 외부 교류 담당 등으로 나누어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공동체 활동
Eldest Daughters’ Cohousing의 활동은 가족적이고 실용적이다. 매주 두 번 열리는 공동 저녁 식사는 ‘삶의 이야기 나누기’의 장이다. 일부 입주자는 덴마크 전통 요리를 가르치고, 다른 일부는 원예나 수공예를 함께 한다. 봄과 여름에는 정원에서 허브와 채소를 재배하고, 가을에는 수확한 작물로 잼과 절임을 만든다. 또, 지역 사회와 연결되어 청소년 멘토링, 문화 교류 행사에도 참여한다.
재정 구조와 지원 제도
덴마크 정부는 시니어 코하우징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Eldest Daughters’ Cohousing은 초기 건설비용 일부를 국가 주거기금에서 보조받았다. 나머지는 입주자가 분담했고, 장기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재정 부담을 완화했다. 특히 저소득층 여성을 위해 임대형 세대를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공공 지원 덕분에 다양한 계층의 여성이 함께 거주할 수 있다.
입주자의 경험
입주자들은 가장 큰 장점으로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꼽는다. 장녀로 살아오면서 비슷한 인생 경험을 한 덕분에 갈등이 적고,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BBC Nordic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한 입주자는 “여기서는 가족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자는 “혼자가 아니면서도 내 공간이 보장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이 배워야 할 점
첫째, 입주자 간 공통된 인생 경험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모델의 가치다. Eldest Daughters’ Cohousing은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장녀라는 역할과 삶의 궤적이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이는 공동체의 결속력을 크게 높인다. 둘째, 공공 지원의 폭이 넓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모델을 도입하려면 초기 건설비 보조, 장기 저리 대출, 세제 혜택이 필수적이다. 셋째, 독립성과 공동체성을 모두 보장하는 공간 설계가 필요하다.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운영 구조가 중요하다.
나오는 글
Eldest Daughters’ Cohousing은 덴마크의 강력한 사회 복지 기반 위에 세워진, 세계적으로도 드문 여성 중심 노후 공동체다. 인생 경험을 공유하는 멤버십, 자율성과 상호 지원의 균형, 그리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합된 이 모델은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다음 글에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Vrouwen Wooncollectief 55+를 살펴보며, 경제 활동과 노후 주거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모델을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