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의 Systerskap, 북유럽 복지 모델이 만든 여성 노후 공동체
Systerskap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50세 이상 여성 전용 코하우징 공동체로, 스웨덴어로 ‘자매애’를 뜻한다. 북유럽 복지 모델을 바탕으로 설계된 이 공동체는 주거 안정과 사회적 교류, 복지 서비스를 한데 결합한 이상적인 여성 노후 생활 모델이다. 이 글에서는 Systerskap의 설립 배경, 운영 방식, 생활 모습, 그리고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을 심층 분석한다
스웨덴의 복지와 주거 정책이 만든 공동체의 토대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복지 제도를 갖춘 나라 중 하나다. 고령층을 위한 무상 의료, 저렴한 장기 요양 서비스, 주거 보조금 제도가 결합돼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여성 고령층의 고립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65세 이상 여성의 약 40%가 혼자 살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배우자 사별 경험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2012년, 주거 전문가와 사회복지사, 여성 인권 운동가들이 협력해 ‘여성 노후 공동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특히 돌봄과 사회적 연결, 주거 안정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모델로 Systerskap가 제안됐다. 스톡홀름 시 정부와 스웨덴 주택공사(Boverket)가 사업에 참여하며, 2015년 완공됐다.
주거 구조와 시설
Systerskap는 총 30세대로 구성되며, 세대당 45~70㎡의 아파트형 구조를 갖췄다. 모든 세대는 개인 주방과 욕실을 보유하고 있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공용 공간은 북유럽 특유의 실용적이면서 따뜻한 인테리어로 설계됐다. 대형 공동 주방과 식당, 라운지, 도서관, 피트니스룸, 사우나, 정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사우나는 스웨덴 문화의 상징으로, 공동체 유대감을 높이는 핵심 공간으로 활용된다.
월 임대료는 평균 7,800크로나(약 98만 원)로, 스톡홀름 평균 임대료보다 낮으며,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세대에는 추가 보조금이 지급돼 5,000크로나(약 63만 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운영 방식
Systerskap는 입주자 협동조합과 시 정부가 공동 운영한다. 협동조합은 일상적인 프로그램 기획, 공동 공간 관리, 생활 규칙 수립을 담당하고, 시 정부는 시설 유지보수, 복지 서비스 제공, 재정 보조를 맡는다. 모든 입주자는 월 1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예산과 주요 사안을 의논한다. 회의 후에는 공동 식사가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생활 속 소통이 이뤄진다.
복지 서비스와 공동체 활동의 결합
이 공동체의 가장 큰 장점은 복지 서비스와 공동체 활동이 한 공간 안에서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 정부 소속 복지사와 간호사가 주 1~2회 방문해 건강 상담, 재활 운동,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일부 입주자는 물리치료나 간단한 의료 검진을 공동체 내에서 받기도 한다.
공동체 내부 프로그램으로는 요리교실, 전통 공예 워크숍, 영화 감상회, 독서 모임, 정원 가꾸기 등이 있다. 겨울철에는 사우나 모임과 눈길 산책이 입주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서로의 건강과 정서 안정을 지켜주는 사회적 장치가 된다.
재정 구조와 장기 지속성
Systerskap의 설립 비용은 스톡홀름 시 정부가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건설비의 40%를 지원함으로써 시작됐다. 나머지는 스웨덴 주택공사와 입주자의 초기 출자금으로 충당했다. 장기 저리 대출 제도를 통해 월세 부담을 낮췄으며, 저소득층 세대에는 별도의 주거 보조금이 지급된다.
운영비는 월세와 시 정부의 연간 운영 지원금, 그리고 일부 공동체 활동 수익으로 충당된다. 예를 들어, 사우나 개방 행사나 공예품 판매 수익 일부가 운영비로 쓰인다.
입주자의 생활 패턴
입주자들의 하루는 매우 다양하다. 아침에는 일부 입주자가 함께 산책하거나 요가 수업에 참여하고, 점심에는 각자 생활을 하다가 저녁 시간에 공동 식사에 모인다. 주 1~2회는 건강 상담이나 재활 운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말에는 외부 손님을 초대해 공동체 투어를 하거나, 계절별 축제가 열린다. 특히 여름철 ‘미드서머 페스티벌’은 주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어울리는 큰 행사다.
입주자의 경험담
한 입주자는 “이곳에서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누군가와 매일 대화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 안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자는 “겨울이 길고 어두운 스웨덴에서, 이 공동체 덕분에 외로움 대신 유대감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이 배워야 할 점
첫째, 주거와 복지의 완전한 결합이다. 한국의 여성 노후 공동체도 건강 관리와 심리적 지원을 시스템에 포함해야 한다. 둘째, 장기적인 공공 지원 구조다. 스웨덴처럼 부지 제공, 건설비 보조, 운영비 지원이 결합되어야 안정적인 공동체가 가능하다. 셋째, 생활 편의시설과 문화적 요소의 결합이다. 공용 주방, 피트니스, 도서관, 사우나 등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핵심 도구다.
나오는 글
Systerskap는 북유럽 복지 모델이 어떻게 여성 노후 공동체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주거 안정, 건강 관리, 심리적 유대라는 세 축이 조화롭게 운영되는 이 모델은 한국의 정책과 민간 협력이 결합될 때 충분히 재현 가능하다. 다음 글에서는 캐나다 밴쿠버의 Driftwood Village를 살펴보며, 자연 친화형 여성 노후 공동체가 제공하는 장점과 과제를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