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초의 여성 전용 시니어 코하우징, OWCH의 성공 비결
OWCH(Older Women’s CoHousing)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50세 이상 여성 전용 공동 주거 단지로, 영국 최초의 여성 시니어 코하우징 프로젝트다. 입주자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자율형 구조로, 여성의 안전과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공동체성을 강화한다. 이 글에서는 OWCH의 탄생 배경, 운영 방식, 생활 모습, 그리고 한국이 배울 점을 심층 분석한다.
OWCH의 탄생 배경
OWCH는 1998년 한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영국의 시니어 주거 시장은 요양원이나 혼자 사는 주거 형태가 주를 이루었고, 여성만을 위한 노후 공동 주거는 전례가 없었다. 창립 멤버들은 “나이 들어서도 친구와 함께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적절한 부지를 찾고 자금을 마련하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렸다. 결국 2016년, 런던 북부에 25세대 규모의 여성 전용 공동체가 문을 열었다.
입주 조건과 주거 구조
OWCH의 입주 조건은 50세 이상 여성이며,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임대형과 자가형이 혼합되어 있어 다양한 경제적 배경의 여성이 함께 살 수 있다. 임대료는 월 500파운드(약 85만 원) 수준으로, 런던 평균 임대료보다 낮다. 모든 세대는 개인 주방과 욕실을 갖춘 독립형 아파트이며, 공용 라운지, 대형 부엌, 정원, 게스트룸, 세탁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운영 방식
OWCH의 가장 큰 특징은 ‘입주자에 의한, 입주자를 위한’ 운영 구조다. 월례회의에서 모든 결정이 이루어지며, 청소, 정원 관리, 공동 식사 준비 등은 자원봉사로 진행된다. 외부 관리 회사나 운영 인력은 거의 없으며, 그 대신 입주자 간 신뢰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운영비와 관리비는 입주자 전원이 균등 분담한다.
공동체 활동
OWCH에서는 매주 또는 매월 정기적으로 다양한 활동이 열린다. 공동 식사, 정원 가꾸기, 영화 감상회, 여행 모임, 문화 강좌 등이 있다. 일부 입주자는 외부 단체와 연계해 자원봉사 활동에도 참여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재정 구조와 정부 지원
OWCH는 초기 건설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의 사회주택 공급기관 Hanover Housing Association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런던시와 바넷 구청이 부지를 제공하고 일부 건설비를 지원했다. 이러한 공공 지원 덕분에 월세를 낮출 수 있었으며, 특히 임대형 세대를 통해 다양한 소득층 여성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입주자의 경험
BBC와 The Telegraph의 인터뷰에 따르면, 입주자들은 “이곳에서의 생활은 고립을 완전히 해소해준다”고 말한다. 혼자 살 때는 사소한 수리나 병원 방문조차 어려웠지만, 공동체 안에서는 서로가 돕는 문화 덕분에 일상이 훨씬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또한 여성 전용이라는 특성 덕분에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줄었다.
한국이 배울 점
첫째, 여성 중심의 안전 설계가 필요하다. OWCH는 건물 구조, 출입 통제, 공용 공간 배치를 여성의 생활 패턴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반영했다. 둘째, 공공 지원과 협동조합의 결합이 성공의 핵심이었다. 초기 자금 지원 없이는 이런 모델이 실현되기 어렵다. 셋째, 다양한 소득층이 함께 사는 구조는 공동체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높인다. 넷째, 자율 운영 구조는 거주자의 책임감과 참여 의식을 높여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
나오는 글
OWCH는 서로의 노후를 함께 책임지는 공동체 모델을 보여준다. 영국 최초의 여성 전용 시니어 코하우징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자율성과 공공 지원의 균형 잡힌 구조는 한국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다음 글에서는 덴마크의 Eldest Daughters’ Cohousing 사례를 통해 가족관계와 문화적 유대가 어떻게 노후 공동체 운영에 녹아드는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