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여성 노후 공동체는 어떻게 자본을 마련하고 운영을 이어갈까? 프랑스 바바야가 하우스의 공공 지원 모델, 영국 뉴그라운드의 사회주택 편입 전략, 덴마크의 복지 연계형 코하우징, 북미의 시민 채권 기반 자치 모델, 독일·스위스 협동조합형 도시 공동체까지 실제 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한국형 여성 공동체가 벤치마킹할 자본 조달 원칙을 찾아본다.
2. 세계 공동체 자본 구조 분석
여성 노후 공동체의 재정 구조는 각국의 복지 제도, 금융 환경, 시민 사회의 참여도에 따라 크게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은 있다. 대부분의 공동체가 다원적 자금 구조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즉, 공공 지원, 입주자 출자, 시민 자본, 민간 투자 등이 혼합된 구조가 보편적이다. 여기서는 프랑스, 영국, 덴마크, 북미, 독일·스위스의 사례를 중심으로 그 특징을 살펴본다.
프랑스: 바바야가 하우스 – 자치와 공공의 결합
프랑스 몽트뢰유에 위치한 바바야가 하우스는 여성 은퇴자들이 스스로 기획한 자치 공동체다. 자금 조달에서 특징적인 점은 입주자 출자금과 공공 보조금의 결합이다. 입주자는 초기 입주 시 일정 금액을 출자하고, 지방정부는 사회적 주택 프로그램을 통해 토지와 건설 일부를 지원했다.
운영비는 주로 입주자가 내는 임대료로 충당되며,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다. 바바야가 하우스의 모델은 공공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 자금만으로도 부족했기에, 입주자 스스로 출자하고 공동체 운영에 직접 참여해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영국: 뉴그라운드 코하우징 – 사회주택 편입 전략
영국 런던 북부의 뉴그라운드 코하우징은 25세대 규모의 여성 중심 공동체다. 이 공동체는 20년에 걸친 긴 준비 과정을 거쳤다. 가장 중요한 성취는 공공 사회주택 제도에 편입된 것이다. 이를 통해 토지와 건설 비용을 크게 절감했고, 장기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입주자들은 공동체 설계와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노동을 투자했다. 동시에 초기 자금을 출자해 금융기관과의 협상력을 높였다. 영국의 사례는 제도적 틀 안에 들어가는 것이 장기 지속 가능성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여성 공동체를 사회주택 제도와 연결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덴마크: 시니어 코하우징 – 복지국가와의 긴밀한 연계
덴마크는 코하우징의 본산이다. 이곳의 시니어 코하우징은 대부분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입주자가 직접 출자금을 내고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한다.
자본 조달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토지는 지방정부가 제공하거나 임대하고, 건설비는 조합원 출자와 은행 대출로 충당한다. 운영비는 입주자의 월세로 해결한다. 그러나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한 이유는 복지 체계 덕분이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의료·돌봄 서비스가 국가 시스템 안에서 제공되므로 공동체 운영비 부담이 낮다.
덴마크 모델은 한국이 참고할 만하다. 한국에서도 공공 복지와 공동체 주거를 연계하면, 공동체 자체가 돌봄 비용을 전적으로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북미: 퀸퍼 빌리지와 엘더베리 코하우징 – 자치 자본의 힘
미국 워싱턴주의 퀸퍼 빌리지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엘더베리 코하우징은 은퇴자 중심 공동체다. 이곳은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유럽 모델과 다르다. 대신 자본 구조의 핵심은 입주자의 출자금과 시민 채권이다.
시민 채권은 지역 주민이 공동체에 돈을 빌려주고 일정 이자를 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만 달러(약 1,300만 원)를 5년간 빌려주면, 연 3%의 이자를 받는 식이다. 이러한 채권 발행은 공동체 자본을 안정시키고 지역 주민과의 관계도 강화한다. 운영비는 입주자의 월별 분담금으로 충당되며, 게스트룸 대여나 교육 프로그램으로 소규모 수익을 추가한다.
이 모델은 정부 의존도가 낮지만, 자치와 연대의 힘으로 유지된다. 한국도 시민 채권 발행 같은 사회적 금융을 적극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독일·스위스: 협동조합형 도시 공동체 – 장기 금융의 활용
독일 베를린의 스프리펠트, 스위스 취리히의 칼크브라이트는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협동조합형 공동체다. 이들은 고가의 도심 토지 문제를 장기 저리 융자와 협동조합 출자 구조로 해결했다.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 은행 대출이지만 20~30년 장기 상환 구조를 통해 월세를 낮췄다. 둘째, 협동조합에 가입하는 모든 조합원이 일정 금액을 출자해 공동 소유권을 나누었다. 이 방식은 한국에도 유효하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토지 임대료와 건설비가 비싸기 때문에, 장기 금융과 협동조합 모델이 필수적이다.
종합 비교
프랑스와 영국은 공공 지원의 비중이 높고, 덴마크는 복지 체계와 긴밀히 연결된다. 북미는 정부 지원이 적지만 시민 자본을 적극 활용한다. 독일·스위스는 장기 금융과 협동조합 출자를 통해 도시형 공동체를 유지한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공통 교훈은 단순하다. 하나의 자금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공 지원, 입주자 출자, 시민 자본, 금융기관 대출이 균형을 이룰 때 공동체는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나오는 글
세계 공동체의 자본 구조는 매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다원적 자금 조달이 핵심임을 보여준다. 한국이 여성 노후 공동체를 기획할 때에도 공공, 시민, 민간을 아우르는 다층적 자본 구조가 필요하다. 다음 절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자본 조달 기본 원칙을 정리한다.
용어 설명
*출자금: 공동체 조합원이 입주 시 내는 일정 금액으로, 공동체 자본의 기초가 됨. 퇴거 시 환급 가능.
*사회주택: 공공 지원을 받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주택 형태.
*시민 채권: 지역 주민이 공동체에 투자하는 채권으로, 안정적 수익과 공동체 지원 효과를 동시에 추구.
*장기 융자: 20~30년 장기 상환 구조의 대출로, 월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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