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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가구 노후 공동체

[기획시리즈] 전국 실행형 여성 1인 노후공동체 마스터프랜: 2부 해외 여성 공동체 메타분석과 벤치마킹

by 영원히 스무살 2025. 9. 21.

-해외 여성 공동체 실험의 필요성과 맥락

여성 1인가구의 노후 문제는 당연히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고령화와 가족구조의 변화, 비혼·이혼 증가, 여성의 장수는 전 세계가 함께 겪는 현상이다. 따라서 많은 나라에서 여성 중심의 노후 공동체 또는 여성 참여도가 높은 코하우징(Co-housing)이 등장했다. 이들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여성이 안전하게, 존엄 있게, 그리고 서로 기대며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 발전해 왔다.

이 장에서는 프랑스,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북미, 독일·스위스 등의 대표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포인트를 도출한다.

2부 해외 여성 공동체 메타분석과 벤치마킹

1. 프랑스 – 바바야가 하우스, 여성 자치의 상징

프랑스 파리 남부에 위치한 바바야가 하우스(Baba Yaga House)는 여성 은퇴자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공동체다. 이곳은 정부나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 여성들이 독립성과 연대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운영 원칙은 단순하다. 모든 입주자는 독립 세대를 갖고, 공동 식사·문화 활동·회의에 선택적으로 참여한다. 의사결정은 입주자 총회에서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며, 돌봄은 필요할 때 이웃이 서로 지원한다. 바바야가 하우스가 상징적인 이유는 “여성 스스로 자신의 노후를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2. 영국 – 뉴그라운드 코하우징, 제도화된 여성 공동체

영국 런던 북부에 위치한 뉴그라운드 코하우징(New Ground Cohousing)은 25세대 규모의 여성 중심 공동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공동체가 무려 20년 이상 준비 과정을 거쳐 제도적으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여성 입주자들은 토지 확보, 금융 조달, 지방정부와의 협상 과정을 스스로 주도했다. 그 결과, 공공 사회주택 프로그램과 연계되어 안정적인 임대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뉴그라운드의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여성 주체의 끈기 있는 협상력이 중요하다. 둘째, 공공 제도와의 결합 없이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

3. 덴마크 – 시니어 코하우징, 복지국가와의 결합

덴마크는 세계에서 코하우징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특히 시니어 코하우징(Senior Cohousing) 모델은 국가 복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덴마크의 많은 시니어 공동체는 20~30세대 규모로 설계되며, 입주자가 자율적으로 운영하지만 지방정부가 토지·세금 혜택·서비스를 지원한다.

 

덴마크의 특징은 공동체가 국가 복지 체계의 ‘연장선’이라는 점이다. 간호사와 복지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공동 식사와 건강 프로그램이 생활화되어 있다. 이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즉, 공공복지와 공동체 주거가 결합할 때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4. 네덜란드 – 스혼스킵, 친환경 공동체의 미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혼스킵(Schoonschip, 스혼스킵)수상(水上) 주거 단지로, 유럽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공동체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에는 여성 입주자들이 다수 참여하며, 에너지 자급과 공유경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스혼스킵의 핵심은 환경과 공동체의 결합이다. 태양광, 빗물 재활용, 공유 세탁실, 전기차 공유 시스템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 모델은 한국의 여성 노후 공동체가 환경·에너지 정책과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단순히 주거 모델이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시민운동이자 여성 주도의 생활혁신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5. 북미 – 퀸퍼 빌리지와 엘더베리 코하우징, 자치와 연대의 힘

미국 워싱턴주의 퀸퍼 빌리지(Quimper Village, 퀸퍼 빌리지)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엘더베리 코하우징(Elderberry Cohousing)은 은퇴자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자치 공동체다. 이곳은 외부 관리자가 없이 100% 입주자 합의로 운영된다.

 

여성 입주자의 참여율이 높으며, 돌봄 네트워크와 문화 활동이 활발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정부 지원이 거의 없이도 시민 자본과 협동조합적 운영을 통해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는 법적·제도적 지원이 약한 환경에서도 자치와 연대가 공동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국에 참고할 만하다.

6. 독일·스위스 – 도시형 협동조합 공동체

독일 베를린의 스프리펠트(Spreefeld), 스위스 취리히의 칼크브라이트(Kalkbreite)는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 기반 공동체다. 이들은 여성과 청년, 예술가, 고령자가 함께 입주하는 혼합형 모델로, 무자동차 설계와 공유경제 시스템을 특징으로 한다.

여성 입주자들은 안전한 환경, 저렴한 임대료, 다양한 세대와의 교류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이 사례들은 도시형 여성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처럼 도심 주거비가 높은 사회에서 협동조합 모델은 특히 유효하다.

벤치마킹 포인트 정리

세계 사례를 통해 한국이 배워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여성 주도성: 설계와 운영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보장해야 한다.
  2. 소규모 합의제: 24~36세대 규모가 적정하며, 합의제 운영이 갈등을 줄인다.
  3. 공공 지원 결합: 토지 제공, 초기 자금 보조, 제도적 지위 부여가 필요하다.
  4. 정기 방문형 복지: 간호사·상담사가 공동체를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한다.
  5. 선택 참여 원칙: 활동은 강제가 아니라 선택이어야 피로감을 줄인다.
  6. 친환경 전략: 에너지 절감과 공유경제는 장기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7. 지역 개방성: 지역 주민과의 교류 프로그램이 공동체의 폐쇄성을 막는다.

나오는 글

해외 여성 공동체의 경험은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여성의 주도성을 존중하고, 소규모 합의제와 선택 참여를 원칙으로 삼으며, 공공 제도와 결합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여기에 정기 방문형 복지와 친환경 전략, 지역 개방성이 더해질 때 공동체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벤치마킹 포인트를 바탕으로, 여성 1인가구의 노후를 위한 실행 가능한 공동체 모델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다음 장에서는 한국형 설계 원리와 공간·운영·서비스 표준을 제시한다.

용어 설명

  • 코하우징(Cohousing): 각 세대가 독립된 주거 공간을 가지면서 공용 공간과 공동 활동을 공유하는 주거 형태.
  • 자치 공동체: 외부 관리자가 아니라 입주자 스스로가 의사결정과 운영을 맡는 형태.
  • 정기 방문형 복지: 보건·복지 전문가가 주기적으로 공동체를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 무자동차 설계: 공동체 단지 내부에 자동차 출입을 제한하고 보행·자전거 중심으로 설계하는 방식.
  • 친환경 주거: 태양광, 빗물 재활용, 공유 세탁·교통 등을 통해 에너지와 자원을 절감하는 주거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