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인가구의 증가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특히 고령 여성의 경우 고립과 돌봄 공백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안정적인 노후 대안으로 공동체 주거가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의 바바야가 하우스, 영국의 뉴그라운드, 덴마크의 시니어 코하우징 등은 여성 스스로 주도하거나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다. 이 글에서는 해외 여성 공동체의 주요 특징을 분석하고, 한국이 이를 어떻게 벤치마킹할 수 있을지 정책적 시사점을 정리한다.
여성 공동체가 주목받는 배경
여성은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다. 한국의 경우 여성의 기대수명은 86세로, 남성보다 6년가량 길다. 배우자 사별, 비혼, 이혼 등으로 혼자 노후를 맞이하는 여성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독 주거는 사생활을 보장하지만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위험을 높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여성 중심 또는 여성 참여도가 높은 공동체 주거를 실험했고, 일부는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해외 주요 사례와 정책적 특징
첫째, 프랑스 바바야가 하우스 사례다. 파리에 위치한 이 공동체는 은퇴 여성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모델이다. 국가나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여성들이 모여 주거와 돌봄, 문화 활동을 함께 설계했다. 프랑스 정부는 초기 단계에서 건축 자금 일부를 지원했으며, 지방정부는 주거 공간 확보를 도왔다. 즉, 여성 자율성과 공공 지원의 결합이 성공 요인이었다.
둘째, 영국 뉴그라운드 코하우징 사례다. 런던 북부에 위치한 이 공동체는 20여 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여성 그룹이 직접 토지를 확보하고 정부와 협상해 제도적 인정을 받았다. 영국 정부는 사회주택 프로그램과 연계해 금융 지원과 법적 지위를 보장했다. 이 사례는 여성의 주도성과 제도적 보장이 병행되어야 지속 가능한 모델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셋째, 덴마크 시니어 코하우징 모델이다. 덴마크는 1980년대부터 국가 차원에서 공동체 주거를 제도화했다. 공동 주택에 세금 혜택과 임대 지원을 제공해 고령층이 공동체 생활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특히 여성 노년층은 돌봄과 상호 지원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며 공동체의 안정성을 높였다. 덴마크의 경험은 공공 정책이 공동체 주거를 일반적 선택지로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넷째, 네덜란드의 스혼스킵(Schoonschip)과 데 케르센타인(De Kersentuin)이다. 이들 공동체는 친환경 설계와 공유경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면서 여성 입주자의 참여를 높였다. 특히 스혼스킵은 수상 공동체로 기후 위기 대응의 모델이 되었고, 정부의 환경 지원금이 핵심 역할을 했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은 환경 정책과 여성 공동체 주거를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북미의 퀸퍼 빌리지(Quimper Village)와 엘더베리 코하우징(Elderberry Cohousing)이다. 이들은 입주자 100% 자치로 운영되며, 특히 여성들의 참여도가 높다. 미국과 캐나다는 공공 지원보다는 민간 협동조합과 자치 운영에 기반했는데, 대신 세금 혜택과 비영리 단체 등록을 통해 안정성을 보장했다. 이는 정부가 직접 지원하지 않아도, 법적·제도적 뒷받침만으로도 공동체가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
첫째, 여성 주도의 기획과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 한국의 공동체 주거 실험은 대부분 공공이 설계하고 운영 주체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는 여성 스스로 공동체를 기획하고 공공이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한국도 여성 그룹이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을 열어야 한다.
둘째, 초기 자금과 공간 지원이 필요하다. 바바야가 하우스나 뉴그라운드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토지, 건축 자금 일부를 보조해야 공동체가 현실화될 수 있다. 한국도 사회주택, 공공임대주택을 여성 공동체 주거와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돌봄 네트워크를 제도화해야 한다. 덴마크와 프랑스 사례는 공동체 내부 돌봄이 공공 돌봄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었다. 한국도 노인 돌봄 정책을 공동체 기반으로 확장하면, 고독사 예방과 돌봄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넷째, 친환경 정책과 결합해야 한다. 네덜란드와 독일 사례에서 보듯, 공동체 주거는 친환경 건축, 에너지 절약, 공유경제 모델과 함께할 때 정부의 지원을 받기 쉽다. 한국도 여성 공동체 주거를 환경·에너지 정책과 연결하는 발상이 필요하다.
다섯째, 세대 혼합형 모델도 고려해야 한다. 북미의 사례는 여성 고령층이 중심이지만, 일부는 청년, 중년 세대와 함께 생활한다. 이는 세대 간 돌봄과 교류를 확대하는 장점이 있다. 한국도 단일 연령층 공동체 외에 세대 혼합형 모델을 실험할 필요가 있다.
나오는 글
해외 여성 공동체 사례는 단순한 주거 공간의 실험을 넘어, 여성의 자율성과 존엄을 지키고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정책적 대안으로 발전해왔다. 프랑스와 영국은 여성의 주도성과 제도적 보장을 결합했고, 덴마크는 국가 차원의 지원을 통해 공동체 주거를 제도화했다. 네덜란드는 친환경 정책과 결합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으며, 북미는 자치 운영 모델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이 다양한 벤치마킹 포인트를 종합해 여성 1인가구가 안심하고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공동체 주거는 선택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가 반드시 구축해야 할 새로운 사회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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