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CoHousing Houston'은 개인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서로 돌보고 연결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코하우징 커뮤니티다.
특히 이곳은 중장년 여성을 포함한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며, 실질적인 ‘노후 공동체’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고령화, 경제적 불안, 정서적 고립에 직면한 현대 여성에게 CoHousing Houston은 자율적인 삶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한국 사회가 마주한 고령 여성 1인 가구의 증가 문제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이 공동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CoHousing Houston이란?
CoHousing Houston은 2022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에 공식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주민 주도형 공동체 주택 프로젝트’다. 코하우징(cohousing)은 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주거 형태로, 개인의 독립 주택과 공동의 커뮤니티 공간이 함께 설계된 구조다. 이 모델은 ‘독립된 삶과 공동의 삶’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실용적인 주거 방식으로, 특히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 안정성과 연결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CoHousing Houston은 이 개념을 미국 남부 지역에 처음 적용한 사례로, 총 33세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다수가 50대 이상의 중장년 여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설계와 운영 방식
이 공동체의 입주자들은 초기 단계부터 함께 모여 설계 회의에 참여하고, 공동체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건축 설계부터 예산 분배, 입주자 선정, 공동 공간의 사용 방식까지 모두 공동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전체 단지는 타운하우스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세대는 독립된 생활공간을 보유한다. 거실, 주방, 욕실 등 개인의 공간이 확보된 것은 물론이고, 커뮤니티 하우스, 공용 정원, 공동 주방, 세탁실, 게스트 하우스 등이 마련되어 있어 입주자들은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특히 혼자 살지만 완전히 고립되길 원치 않는 여성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입주 조건과 비용 구조
CoHousing Houston은 기본적으로 자가 소유 방식의 공동체다. 입주자는 각 유닛을 매입한 후, 공동 시설의 유지와 관리를 위한 운영비를 매월 납부한다.
- 유닛 가격: 약 25만~45만 달러 (한화 약 3억 3천만 원 ~ 6억 원 수준)
- 월 공동 운영비: 평균 250~400달러 (한화 약 33만 ~ 54만 원 수준)
이는 미국 주택 시장에서 중간 수준 가격대이며, 독립 주거와 공동체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점에서 효율적인 구조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일부 세대는 노년층,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협동조합 소유 방식’으로 운영되어, 임대나 할부 매입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여성 주도의 공동체 운영
CoHousing Houston의 핵심 중 하나는 입주자의 약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의 여성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은퇴를 앞두었거나, 독립적인 삶을 원하면서도 안전과 교류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입주자들은 커뮤니티 내 다양한 활동을 주도하며, 공동 정원 관리, 식사 모임, 건강 정보 공유, 심리 상담 워크숍 등을 자율적으로 조직한다. 특히 ‘여성 리더십 서클(Women’s Leadership Circle)’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기적인 회의와 문제 해결 워크숍도 운영되고 있다.
이는 여성이 주거 공간의 설계자이자 운영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실제 입주자의 후기
“남편과 사별 후, 아파트에서 외롭게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CoHousing Houston에 입주하고 나서는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가끔 함께 식사도 하면서 고립감이 사라졌어요.”
“여기는 자유롭고 평등한 공간이에요. 나이를 이유로 조용히 지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주도할 수 있어요.”
“혼자 사는 게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곳에 와보니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껴요.”
이러한 목소리는 공동체가 정서적 안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실감하게 해준다.
한국 사회가 배워야 할 점
첫째, 여성 주도형 코하우징 모델이 현실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코하우징은 소개되고 있지만, 실제로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둘째, 초기 설계부터 입주자가 참여하는 구조가 장기적인 안정성과 소속감을 높인다는 점이다. 단순한 입주가 아닌, 공동체 형성의 주체로 설계 과정에 참여하는 경험은 커뮤니티 유대감을 높여준다.
셋째, 경제적 구조의 다양성이다. 자가, 협동조합, 임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입주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소득 수준에 따른 접근 가능성이 높아진다.
넷째, 50대 이상 여성을 위한 맞춤형 주거 공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이 연령대 여성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주거 형태는 거의 없다. CoHousing Houston은 그 공백을 메우는 선도적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다.
나오는 글
CoHousing Houston은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실험이자 성공 사례다. 특히 중년 이후의 여성이 자율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외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화한 공간이다.
한국도 이제는 주거 정책을 재구성할 시점이다. 단순한 임대공급 중심에서 벗어나, 여성의 삶의 리듬과 심리를 고려한 주거 모델이 필요하다. CoHousing Houston은 여성의 삶을 중심에 놓고 설계한 공동체가 얼마나 건강하고 지속가능한지 잘 보여주는 살아있는 예시다.
앞으로 이런 모델이 한국 사회에서도 등장하길 기대하며, 더 많은 여성이 자신의 방식으로 나이 들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지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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