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인근 몽트뢰유(Montreuil)에 위치한 Baba Yaga House는 ‘나이 들어도 주체적으로 살아가자’는 철학 아래 50세 이상 여성들이 만든 세계 최초의 자율형 여성 시니어 공동주거다. 입주자 스스로 설계·운영하며, 돌봄 인력이 상주하지 않는 독창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모델은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여성의 노후를 재정의한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도 깊은 시사점을 준다.
탄생 배경과 이름의 유래
Baba Yaga House는 2009년, 은퇴를 앞둔 프랑스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기존 요양원과 시니어 레지던스 모델에 한계를 느끼면서 시작됐다. 그들은 “의존하지 않고, 나이 들어서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 프로젝트의 주역인 Thérèse Clerc는 ‘여성 해방 운동가’로 잘 알려진 인물로, 그는 주거 공간도 여성의 권리와 연결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름 ‘Baba Yaga’는 슬라브 신화 속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 마녀에서 따왔다. 이는 나이 든 여성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깨고, 강하고 지혜로운 존재로서의 이미지를 회복하자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설계와 건물 구조
Baba Yaga House는 2013년 완공되어 입주가 시작됐다.
5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총 25세대가 있으며, 모든 세대는 주방·욕실이 포함된 독립형 아파트 구조다.
공용 공간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 대형 공동 주방 및 식당
- 도서관과 회의실
- 옥상 정원 (허브, 토마토, 꽃 재배)
- 세탁실
- 다목적 문화 공간
건물은 에너지 절약형 설계와 친환경 재료를 사용했으며, 난방과 전력의 일부를 재생 에너지로 공급한다.
운영 원칙과 특징
Baba Yaga House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율 운영’이다.
여기에는 상주 간호사나 관리인이 없다. 모든 결정은 입주자 총회에서 이루어지며, 회의는 월 1회 이상 진행된다.
운영 원칙은 세 가지다.
- 독립성 유지: 각 입주자는 일상생활을 스스로 영위한다.
- 상호 지원: 도움이 필요할 경우 이웃이 돕되, 의존 관계가 되지 않도록 한다.
- 민주적 의사결정: 예산, 행사, 신규 입주자 선정 모두 입주자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이곳에서는 요가, 영화 감상, 정치 토론, 글쓰기, 정원 가꾸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입주자 주도로 운영된다.
입주 조건과 비용 구조
Baba Yaga House는 프랑스의 사회주택(HLM) 제도와 연계되어 있어, 중산층 이하 여성도 입주가 가능하다.
- 입주 조건: 만 50세 이상 여성, 자립 생활 가능자
- 월세: 약 450~600유로 (한화 약 65만 ~ 87만 원)
- 공동 운영비: 월 50유로 (한화 약 7만 원, 청소·정원 관리·공용시설 유지 포함)
- 입주 절차: 자기소개서 제출 → 기존 입주자 면접 → 시범 참여 기간
비용이 저렴한 이유는 시에서 건물 부지를 제공하고, 사회주택 제공기관이 건축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실제 입주자의 목소리 (언론 보도 인용)
BBC와 The Guardian, Le Monde에 소개된 인터뷰에 따르면, 입주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기는 요양원이 아니에요. 우리는 각자 삶을 꾸려가지만, 필요할 때 기꺼이 서로를 돕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내가 사는 집에 대한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큰 자유를 줍니다.”
“이 공동체는 내 삶을 연장하는 약과 같아요. 외롭지 않고, 항상 누군가와 웃음을 나눌 수 있죠.”
사회적 영향과 확산
Baba Yaga House의 성공은 프랑스 내 다른 도시에도 영향을 주었다.
리옹, 마르세유, 보르도 등지에서 유사한 여성 시니어 코하우징 프로젝트가 기획·운영되고 있다.
또한 이 모델은 캐나다, 벨기에, 덴마크에서도 벤치마킹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배워야 할 점
첫째, 여성 주도 설계다. 한국의 시니어 주거 모델은 대부분 외부 기관이 주도해 입주자는 수동적이지만, Baba Yaga House는 기획부터 운영까지 입주자가 주체가 된다.
둘째, 사회주택 제도 활용이다. 공공 지원을 결합하면 경제적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셋째, 의존하지 않는 상호 지원 문화다. 이는 돌봄 비용을 줄이면서도 고립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넷째, 고정관념 타파다. 나이 든 여성을 ‘돌봄 대상’이 아닌 ‘능동적 주체’로 인정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나오는 글
Baba Yaga House는 단순한 공동주거가 아니라, 여성의 나이 듦을 새롭게 정의한 사회적 혁신이다. 독립성과 연대, 경제성과 존엄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이 모델은 전 세계 고령 여성의 주거 문제에 강력한 해법을 제시한다. 한국 역시 급속한 고령화와 여성 1인 가구 증가에 직면해 있는 만큼, Baba Yaga House의 철학과 구조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이런 형태의 여성 주도 공동체가 확산되어, 나이 들어서도 서로에게 기대고 배우며 살아갈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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