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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가구 노후 공동체

미국 40대 이상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하우징, She Place의 모든 것

by 영원히 스무살 2025. 8. 7.

미국에서는 40대 이상의 여성들이 점점 더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결혼하지 않거나, 이혼, 사별을 겪고 자녀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여성의 독립과 연대, 자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커뮤니티 주거 공간이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She Place(쉬 플레이스)’다.

미국 40대 이상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하우징, She Place의 모든 것

이곳은 중년 여성이 서로를 존중하며 자율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진화된 공동체다. 이 글에서는 She Place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그리고 한국이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왜 She Place가 필요한가?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40세 이상 여성 중 혼자 거주하는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뉴욕, 캘리포니아, 시애틀, 포틀랜드 등 대도시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많은 여성들이 '더 이상 결혼이 삶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고 느끼고 있으며, 오히려 혼자의 삶에서 더 큰 자율성과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혼자 사는 삶이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고립감, 주거비 부담, 건강에 대한 불안감, 돌봄의 공백 등은 여성 1인 가구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이런 이유로 여성들끼리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주거 환경을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She Place는 그 수요를 정면으로 해소하는 모델이다.

She Place는 어떤 공동체인가?

She Place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중심으로 시작된 여성 전용 커뮤니티 하우징 프로젝트다. 40대 이상의 독립적인 여성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셰어하우스와 코하우징의 중간 형태를 지닌다. 입주자는 모두 여성이며, 일정 수준의 경제적 자립과 공동체 생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선발된다.

 

이 공간은 단순한 집이 아니다. She Place는 '살아가는 방식'을 함께 디자인하는 곳이다. 각자의 프라이버시는 존중받되, 주방과 거실, 작은 정원, 워크숍 공간 등을 함께 쓰며 '함께 있는 삶'을 지향한다. 누구 하나가 리더가 되지 않으며, 회의를 통해 생활 원칙을 정하고 규칙도 지속적으로 조율해 나간다.

입주 조건과 신청 과정

She Place의 입주자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만 40세 이상 여성
  • 경제적으로 자립이 가능한 사람 (단,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 일부 운영 중)
  • 공동체 생활에 대한 열린 태도를 가진 사람
  • 장기 거주 희망자 (6개월 이상)

신청자는 간단한 자기소개서와 인터뷰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한 입주 희망 여부보다는,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태도,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전문직, 예술가, 교사, 사회운동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의 삶의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서로를 지지하고 교류하는 관계를 맺는다.

생활 방식과 특징

She Place는 다음과 같은 생활 방식을 통해 입주자 간의 연결을 강화한다.

  • 주 1회 식사 모임: 입주자들이 함께 요리하고 식사를 하며 근황을 나눔
  • 월간 주제 토크: 페미니즘, 웰빙, 노후준비, 감정노동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한 자유토론
  • 소모임 운영: 정원 가꾸기, 독서회, 미술 활동 등 자율적 참여 소모임
  • 갈등 중재 시스템: 입주자 간의 갈등이 생길 경우, 중재자 제도를 운영하여 해결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것이 강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는 자율이며, 소극적인 참여도 존중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는 힘은 ‘서로를 판단하지 않는 문화’에서 비롯된다.

경제적 구조

She Place는 공동 유지비+입주 비용 분담 형태를 지닌다.

  • 보증금: 약 500~1000달러 수준
  • 월 임대료: 지역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책정 (저소득 여성 고려)
  • 공동 운영비: 공용 공간 유지,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소액 분담금 운영

또한 일부 She Place 지점은 비영리단체와 협력하여 공공보조금을 지원받고 있어, 중산층 이하의 여성들도 입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여성들의 실제 후기

“혼자 사는 게 더 편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너무 고립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She Place에서는 나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아요.”
“여기에서는 내가 나이 든 여성이란 이유로 소외되지 않아요. 모두가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게 서로에게 영감이 돼요.”
“커리어는 끝났지만, 인생은 아직 계속돼요. She Place는 내 두 번째 청춘이 시작된 곳이에요.”

 

이러한 후기들은 이 공동체가 삶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가 배워야 할 점

한국에서도 중년 이후의 여성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을 위한 주거 대안은 극히 제한적이며, 특히 커뮤니티 기반의 주거 모델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She Place는 한국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중년 여성의 주거를 위한 맞춤형 커뮤니티 주택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공유주택이나 셰어하우스는 청년층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중장년 여성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구조는 부족하다.

 

둘째, 프라이버시와 공동체성의 균형이 중요하다. She Place는 독립성과 교류라는 상반된 요구를 잘 조화시킨 사례로, 한국도 이 균형을 반영한 설계가 요구된다.

 

셋째, 자율적 참여와 안전한 거리감이 핵심이다. 참여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 기대고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은 중년 여성의 삶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마지막으로, 여성이 주도하는 설계와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공동체 사업은 대부분 비전문가에 의해 운영되거나, 입주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반면 She Place는 당사자 중심의 운영이 그 생명력이다.

나오는 글

She Place는 중년 이후의 여성이 어떻게 더 자율적이고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혼자 살지만, 완전히 외롭지 않고, 얽매이지 않지만 연결되어 있는 이 공간은 지금 한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주거 모델 중 하나일지 모른다.

 

한국에서도 점차 40대 이상 여성들의 독립적인 삶이 늘고 있다. 문제는 그 삶을 지지해줄 수 있는 구조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She Place는 그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