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 1인가구 노후 공동체

핀란드 헬싱키의 Kotisatama Cohousing, 항만 도시에서 꽃피운 여성 노후 공동체

by 영원히 스무살 2025. 9. 2.

Kotisatama Cohousing은 핀란드 헬싱키 항만 지역에 위치한 고령자 전용 공동 주거 단지로, 특히 여성 노년층에게 안정적이고 활기찬 삶을 제공하는 모델로 주목받는다.

핀란드 헬싱키의 Kotisatama Cohousing, 항만 도시에서 꽃피운 여성 노후 공동체

이 공동체는 북유럽의 복지 시스템과 주민 자치 구조를 결합해, 개인의 독립성과 공동체적 유대를 동시에 실현한다. 본문에서는 Kotisatama의 설립 배경, 주거 구조, 운영 원칙, 생활 방식, 여성 입주자의 경험, 그리고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Kotisatama의 설립 배경

핀란드는 고령화 속도가 유럽에서도 빠른 나라 중 하나다. 특히 여성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고, 노년기 고립과 우울 문제가 주요 사회 문제로 지적됐다. 헬싱키는 항만과 대도시 기능이 결합된 곳으로, 노년 여성들이 경제적·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살 수 있는 주거 모델의 필요성이 컸다.


이에 따라 2000년대 후반, 핀란드 시니어 주거 협회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Kotisatama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Kotisatama’라는 이름은 핀란드어로 ‘고향 항구(Home Harbor)’를 의미하며, 안전하고 돌아올 수 있는 삶의 항구라는 상징성을 담았다.

주거 구조와 친환경 설계

Kotisatama는 총 58세대로 구성되며, 세대당 면적은 40~75㎡다. 모든 세대는 개인 주방과 욕실을 갖추고 있으며, 바다 전망이 가능한 발코니가 있는 세대도 많다. 건물은 핀란드 전통 목재와 현대적 친환경 자재로 지어졌으며, 태양광 패널과 지열 난방 시스템이 도입돼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공용 공간은 대형 공동 주방과 식당, 라운지, 피트니스룸, 사우나, 도서관, 게스트룸, 공동 세탁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항만 산책로와 직접 연결돼 있어, 입주자들이 바닷가를 산책하며 교류할 수 있다. 월 임대료는 평균 950유로(약 138만 원)로, 일부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보조금이 지급된다.

운영 방식

운영은 철저히 주민 자치 기반이다. 모든 입주자는 매월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생활 규칙, 예산, 공동체 프로그램을 결정한다. 운영 철학은 ‘독립적이지만 혼자가 아니다’이다. 입주자는 연간 최소 40시간의 공동 활동을 해야 하며, 이는 공동 식사 준비, 청소, 정원 관리,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나뉜다.

공동체 활동과 여성 주도성

Kotisatama의 여성 입주자들은 공동체 운영의 중심 역할을 한다. 요가 클래스, 수공예 모임, 요리 교실, 독서 모임 등을 주도하며, 심리적 지지와 정서적 교류를 강화한다. 또한 병원 동행이나 약 구매 등 작은 돌봄 네트워크도 형성되어 있다.


특히 항만을 활용한 활동이 독특하다. 여름에는 수영이나 보트 타기, 겨울에는 바다 얼음 위 산책과 얼음 수영 같은 핀란드 전통 활동이 이뤄진다. 이는 신체 건강뿐 아니라 공동체 유대감을 높이는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재정 구조와 지원

Kotisatama의 건설비는 약 1,500만 유로(한화 약 218억 원)로, 지방정부 보조금, 입주자의 출자금, 장기 저리 대출이 결합되어 충당됐다. 운영비는 임대료, 정부 보조금, 그리고 공동체 활동 수익으로 충당된다. 일부 세대는 사회주택 형태로 저렴하게 제공되며, 저소득층 여성 입주자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입주자의 경험

한 입주자는 “여기서는 언제든 대화를 나눌 친구가 있고, 동시에 나만의 공간도 보장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입주자는 “항만 산책과 사우나 모임은 나의 건강과 정신적 안정을 모두 지켜준다”고 전했다.


여성 입주자들은 특히 서로의 삶을 돌보는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나이 들어서도 이웃이 곁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안도감이다”라는 목소리가 많다.

한국이 배워야 할 점

첫째, 도시와 자연이 결합된 입지의 중요성이다. 한국에서도 강변이나 항만, 공원 인근에 여성 노후 공동체를 설계하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둘째, 여성 주도 운영 모델이다. Kotisatama처럼 여성들이 공동체 운영의 핵심이 될 때, 노후 생활의 질이 높아진다. 셋째, 복지와 주거의 결합이다. 정부 지원과 주민 자치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는 한국형 여성 노후 공동체에도 필수적이다.

나오는 글

Kotisatama Cohousing은 북유럽 복지 모델과 항만 도시의 특성을 결합한 성공적 사례다. 독립성과 공동체성, 건강과 교류가 조화를 이룬 이 공간은 한국 여성 노후 공동체 모델에도 깊은 영감을 줄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La Borda를 살펴보며, 협동조합형 주거와 여성 친화적 운영의 가능성을 분석한다.